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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쌍굴다리에서 만난 아기 예수

 
청량리 쌍굴다리에서 만난 아기 예수
밥퍼운동본부 주최, 1천여명 노인과 함께 거리에서 성탄 예배



‘산타’에 가려 성탄절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가는 오늘(25일), 청량리 쌍굴다리 앞에서는 성탄절의 주인공 ‘아기 예수’가 말구유에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이색적인 ‘길거리 예배’가 열렸다.

예배를 시작하려면 1시간 가량이 남았는데도,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길게 줄을 지어 ‘번호표’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9백 명 분량의 번호표는 금새 동이나 버린다.

굴다리 위에는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 아래서 예배를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차량통제를 하는 교통경찰 아저씨들, 여러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온 기자들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변 상황이 정리되고 질서가 잡힐 즈음,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노래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찬양 팀의 합창이 야외 무대를 달군데 이어서 밥퍼운동본부 본부장인 최일도 목사가 성탄메시지를 전했다.

최 목사는 “성탄절에는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예수님 중심의 하루가 되어야 한다.”면서 “말구유처럼 마음이 낮아질 때,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2천년 전, 제사장들, 서기관들, 율법사들이 너무나 세속화되어 예수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처럼 지금도 사람들은 예수를 환영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설교 후 김희선 후원회장(국회의원)의 축사가 이어졌다. 김 의원은 “요즘 정치인은 한강 물에 빠져도 건져주지 않는다.”면서 “창피하고 부끄럽고 할말이 없어 나오기가 싫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 속에 있다.”라며 “이 땅을 사랑의 진원지로 만들자.”고 촉구했다.

이날 예배를 마친 다음, 최낙정 전 해양수산부장관, 핑클의 성유리, 2003미스코리아 진 최윤영, 밥사모, 다평인 들이 차례로 30개 항목에 달하는 인권선언서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서 2부 순서로 밥상공동체가족들이 준비한 선물증정식이 진행되었고, 지난 해 8월에 마련된 무료급식소에서는 노인들과 행려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입소문을 듣고 굴다리를 찾아왔다는 한 할아버지는 ‘내의와 양말과 과일’이 담긴 선물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불평하는 분도 있었지만, 새로 마련된 식당에서 편하게 식사하는 노인들의 표정은 밝았다. 또 뒤에서 말없이 행사를 챙기며, 뒷정리를 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청량리 쌍굴다리에 모인 말구유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 낮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 속에서 성탄의 참 모습과 그 안에 담긴 기쁨을 볼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에서 퍼옴)

http://www1.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menu=c10200&no=145097&rel%5Fno=1&character%5Farticle%5Fcod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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