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및 칼럼

사랑을 주는 것같지만 사실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성구 0 2,537 2004.08.28 20:05
최근에 읽은 김요석 목사님의 글에서 선한 청지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요석 목사” - 한국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10년간 유학 후 소록도 나환자 촌에서 목회를 하였다. 수년간 사역하다가 한국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중국 나환자 수용소를 찾아갔다. 그들은 강제로 수용되어 있었으며 증세도 더 심각하였고 짐승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김요석 목사님은 그 속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지금도 복음을 전하고 있다.
김요석 목사님이 사역하던 1995년 12월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 뜯어 먹을 풀조차 더 이상 없어서 고민하다가 “땅을 파면 먹을 것이 있다”는 옛말이 생각나서 땅을 파보게 되었다. 근데 과연 50cm정도 파보니까 땅속에 밀가루 같이 아주 보드라운 것이 나와서 반죽을 해서 마른 풀잎을 넣고 수제비를 빚어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아무도 탈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김목사님만 배가 너무 너무 아팠다. 아무래도 맹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멀리 작은 도시로라도 나가야 했다. 마침 며칠전에 이웃마을에서 성질이 고약하다고 해서 버리려던 나귀를 불쌍해서 얻어다 기르던 것이 있어서 그 나귀(이름이 ‘돌쇠’)를 타고 자그마치 8시간이나 걸려 작은 마을에 도착했는데 그곳에서도 병원은 없고 가축병원만 있었다. 게다가 수의사 조차 없고 조수와 침놓는 사람만 있었다.
  그래도 다른 방도가 없으므로 맹장수술을 부탁했는데 조수는 사람은 수술해본적이 없고 소와 돼지를 해부해본 적이 있을 뿐이어서 한사코 거부했다. 그래도 계속 사정해서 억지로 수술하게 했다. 먼저 침놓는 사람이 혀에다 침을 놓아 마취를 하였고, 다음 녹슨 칼을 숫돌에 갈아 날카롭게 한 후 배를 갈랐는데 도저히 맹장을 찾을 수 없었다. 김목사님은 조수로 하여금 배를 더 넓게 가르게 하였고 조수는 창자를 꺼내며 주물르다가 마침내 작은 창자 하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맹장이라고 하여 제거하게 하였다. 그리고 봉합은 이불꼬매는 바늘과 실로 덤석 덤석 꿰메었다.
  수술후 당연히 입원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8시간이나 나귀를 타고 돌아와야만 했다. 그날따라 눈보라까지 겹쳐 지독하게 추웠다. 계속 눈보라 속에 오면서 도착하는 사이 다리가 얼어가며 부어올랐고 누런 물이 나왔다. 다리에도 아무런 감각이 없어서 다리를 절단할 지경이 되었다. 마침내 도착... 그동안 걱정하며 기다렷던 나환자들이 몰려와서 비록 그들은 손발은 없었지만(나병이 심해서 손발이 떨어져 나감) 몸통으로 부어오른 다리와 배를 비비고 또 비볐다. 그 사이 나병환자들의 몸에서 나온 피고름이 김목사님의 배와 다리를 가득 덮었다.
  시간이 흘러 그 피와 고름이 점점 굳어져서 기브스처럼 단단하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심하던 배와 다리의 부기가 다 빠져나간 것이 아닌가. 게다가 마지막으로 고름 덮개도 버두 벗겨지는데 신기하게도 맹장 수술 부위와 다리가 깨끗해졌다.

  김 목사님은 가장 더러운 문둥이의 고름을 가지고도 최고의 양약을 만드셨다고 감격해하면서 이 세상에 아무리 더러운 것이라도 그 속에 사랑이 깃 들면 최고의 명약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김목사가 나환자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자신이 환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Comments

Category